90년대 한국 음악을 통째로 흔들어 놓았던 서태지와 아이들. 그들에게서 시작된 표현의 방식과 무대 에너지는 시대를 건너 지금의 K-POP 무대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오마주는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과거의 정신을 현세대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일입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최근 무대와 곡들 속에서 발견한 '서태지와 아이들'의 흔적을 모아봤어요. 각 트랙마다 샤랄라의 한마디를 더해 감성적인 관찰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1. 영파씨 – XXL
장르: 힙합 / 키워드: 자유로운 플로우, 위트
영파씨의 XXL은 90년대 청춘의 반골기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남긴 ‘자유로움’이라는 DNA를 은근히 계승합니다.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위트 있는 표현으로 풀어내는 방식, 자신만의 세계관을 밀도 있게 보여주는 플로우가 인상적이에요. 단순한 향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청춘의 목소리로 재구성한 점이 돋보입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XXL은 오늘을 사는 이의 당당함이 느껴져요. 과거의 저항은 이제 패션처럼 소비되지 않고, 몸으로 소화되는 방식으로 남았네요.”
2. 베이비몬스터 – HOT SAUCE
장르: 팝/댄스 / 키워드: 파워 퍼포먼스, 강렬한 연출
베이비몬스터의 HOT SAUCE는 시각적 임팩트와 사운드의 결이 강한 곡이에요. 무대 연출에서 드러나는 과감한 연출과 에너지는 서태지와 아이들이 무대에서 보여주던 ‘파격’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세대감은 분명 달라졌고, 그래서 더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HOT SAUCE는 불꽃이 튀는 무대 같아요. 그 불꽃 속에 서태지의 기운이 미세하게 깔려 있죠.”
3. 케이팝데몬헌터스 – 낙산공원 장면의 인스트루멘탈
키워드: 배경음악, 아련한 재해석
웹 예능 케이팝데몬헌터스에서 진우가 미라를 기다리는 장면(약 49분 20초 전후)에 흐르던 인스트루멘탈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이 밤이 깊어가지만’을 은은하게 닮아 있었습니다. 가사가 없는 그 배경음은 장면의 감정선을 끌어올리며, 오리지널 곡이 가진 정서적 깊이를 소리로만 전달하는 데 성공했어요.
샤랄라의 한마디 — “말이 필요 없는 순간이 있죠. 그 순간을 채우는 건 언어가 아닌 음색이더라고요. 짧은 음악이 오래 남았어요.”
4. 싸이커스 – DO or DIE (뮤직뱅크 무대, 2023.8.4)
장르: 댄스 / 키워드: 포인트 안무, 코믹한 표정 연기
싸이커스의 무대는 유머와 퍼포먼스가 결합된 형태로, 골프공을 날리는 듯한 안무와 표정 연기를 통해 관객의 시선을 잡아끄는 스타일을 보여줍니다. 그 안에 숨어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 포인트는 과거의 상징적 안무가 현재의 아이돌 무대에서 재해석될 수 있다는 좋은 예였습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한 동작이 주는 울림이 있어요. 그 동작이 불러오는 기억력은 세대를 관통하죠.”
5. 투어스 – 마지막 축제
장르: 록/팝 / 키워드: 재해석, 팬덤 DNA 계승
투어스의 마지막 축제는 1993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동명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트랙입니다. 단순한 리메이크를 넘어, 팬덤의 감수성과 음악적 문법을 이어받아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기도 했죠. 과거의 원형을 존중하면서도 현재의 감성으로 풀어낸 편곡이 특히 돋보입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마지막 축제’를 들으면 시간의 층이 느껴져요. 옛 노래의 골격 위에 오늘의 감정이 쌓여 있죠.”
6. 에스파 – 시대유감 (리메이크)
장르: 팝 / 키워드: 미래지향적 사운드, 강한 메시지
에스파가 선보인 시대유감은 원곡이 가진 사회적 메시지를 잃지 않으면서도, 그룹 특유의 미래 지향적 사운드와 합쳐져 전혀 다른 결의 곡으로 탄생했습니다. 원작의 날카로움을 보존하되, 신세대의 톤으로 조탁한 점이 인상 깊었어요.
샤랄라의 한마디 — “원곡의 날카로움이 희석되지 않고, 새로운 소리로 재탄생한 사례예요. 시간의 간극을 음악이 메우는 순간입니다.”
7. 영파씨 – MACARONI CHEESE
장르: 힙합/일렉트로닉 / 키워드: 유머, 해학
MACARONI CHEESE는 직설적 메시지 대신 장난스럽고 해학적인 표현을 택했지만, 그 안에도 자유롭고 도전적인 정서가 숨어 있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음악으로 표현했던 ‘경계 넘기’의 태도가 현대적 문법으로 변주된 느낌이죠. 음악을 너무 진지하게만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가 담겨 있어요.
샤랄라의 한마디 — “장난스럽지만 묘하게 위로가 되는 노래. ‘음악은 이렇게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귀에 맴돌아요.”
지금까지 소개한 곡들은 형식과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만들어놓은 음악적 지형을 참조하거나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오마주는 과거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가 대화하는 통로로 기능할 때 가장 아름답습니다. 오늘 소개한 트랙들이 그 통로를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었기를 바랍니다.
🖋 글쓴이: 샤랄라
음악과 감정의 교차점에서 이야기하는 일상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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