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샤랄라의 걷는 음악'을 찾아주셔서 반가워요^^
오래된 라디오 방송을 캡처해 둔 듯한 이 플레이리스트는 ‘사랑’을 중심에 두고 천천히 감정을 꺼내 놓습니다. 첫 만남의 설렘, 관계의 균열, 미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랑하고 싶은 마음까지. 아래 곡들은 모두 레트로 무드가 강한 곡들입니다. 요즘식 사랑 노래처럼 빠르게 휘몰아치지 않고, 시간을 천천히 돌려주는 노래들. 각 곡마다 샤랄라의 한마디를 달아두었어요. 그냥 듣는 것도 좋지만, 내 마음과 어느 순간이 닿는지 한 번 느껴보세요.
[39:02] 그날의 편지
‘그날의 편지’는 제목부터 이미 종이 질감이 느껴집니다. 사랑을 말로 못 하고 결국 편지로 꺼내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는 곡이에요. 편지라는 건 사실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다’라는 전제가 깔려 있죠. 그래서 이 곡은 설렘보다는 그리움의 색이 더 진합니다. 기타와 빈 공간 많은 드럼 세션은 90년대 발라드/어쿠스틱 사운드를 떠올리게 하고, 일부러 약간 아날로그 톤을 입힌 듯한 보컬 믹싱 덕분에 오래된 녹음 테이프를 듣는 기분이 납니다.
가사는 ‘그날’을 계속 반복해서 부릅니다. 사랑했던 날, 말하지 못했던 말, 보내지 못한 마음. 이 반복이 결국 듣는 사람에게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너에게도 그런 하루가 있지 않았어?” 하고.
샤랄라의 한마디 ─ 이건 미련의 노래가 아니라 기록의 노래예요. 나는 이렇게까지 사랑했고 이렇게까지 후회했다, 하고 남겨두는 증명서 같은 것. 그래서 들을수록 슬픈데, 묘하게 위로가 돼요. ‘나만 이런 거 아니구나’ 하고.
[42:44] 그대에게 가는 길
제목만 보면 로맨틱한 고백송 같지만, 사실 이 곡은 조금 더 어른스럽습니다. ‘그대에게 가는 길’은 막 달려가는 사랑이 아니라, 여러 번 멈추고 돌아보고 결국 다시 걸어가는 사랑에 가깝습니다. 전반부는 잔잔한 신시사이저 패드와 드럼머신 리듬으로 시작하는데, 딱 VHS 영상 위에 얹으면 어울릴 것 같은 톤. 후반부에 베이스가 조금 더 따뜻하게 깔리면서 마음이 단단해지는 느낌을 줘요. “나는 결국 너에게 갈 거야”라는 확신이 아주 조용하게 쌓이는 구조.
이 곡이 좋은 이유는 지나치게 감정적이지 않다는 점이에요. 오히려 절제되어 있어서 더 믿음직합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을 때, 그 사람이 나에게 길이 되어줄 때 듣기 좋은 곡.
샤랄라의 한마디 ─ 사랑은 결국 누구에게 가는 방향성이라고 생각해요. 이 노래는 ‘연애 중인 사람’보다 ‘사랑을 지키고 있는 사람’을 위한 노래에 더 가깝습니다. 내 마음이 단단해지는 쪽으로 몸을 돌리고 싶을 때 눌러 들으세요.
[45:56] 나쁜남자
‘나쁜남자’는 제목만 봐도 바로 시대감이 느껴지는 표현이에요. 요즘은 이런 단어를 잘 쓰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 곡은 확실히 레트로합니다. 음악적으로는 살짝 펑키한 베이스 라인 위에, R&B스럽게 끊어 부르는 보컬이 얹혀 있어요. 반짝거리는 신스와 탁한 음색의 백그라운드 코러스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포인트. 약간은 라디오에서 녹음해온 느낌이라 더 현실적이고, 더 솔직해요.
이 곡의 핵심은 “알면서도 좋아한다”는 심리 인정이에요. 나한테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자꾸 생각나는 사람. 이건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었던 감정이라 더 크게 와 닿습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이 노래를 듣는다고 해서 내가 바람직해지는 건 아니고, 솔직해지는 거예요. ‘그래, 나 아직 너 좋아해. 근데 그게 꼭 좋은 건 아니야.’ 이런 감정은 약간 창피하면서도, 진짜 나를 꺼내는 순간이기도 해요.
[49:26] 너를 만난 오후
이 곡은 ‘시간’을 정확하게 찍어두는 방식으로 감정을 설명합니다. “너를 만난 오후”라는 말은 그냥 사랑 얘기가 아니라, 인생에서 좌표가 찍힌 순간에 대한 이야기예요. 나중에 인생을 돌이켜보면 “그날 이후로 모든 게 바뀌었어”라고 말하게 되는 바로 그 순간.
노래는 부드러운 일렉기타 스트로크로 시작하고, 반짝거리는 벨 소리가 살짝 깔리는데, 햇빛이 유리컵에 부딪혀서 번지는 장면이 그려지는 듯한 맑은 질감을 줍니다. 멜로디는 크게 울부짖지 않고 계속 미소 짓는 톤이라서, 듣는 사람도 괜히 마음이 편해집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어떤 사람은 ‘첫사랑’이 아니라 ‘내 인생을 따뜻하게 돌려놨던 사람’으로 기억되잖아요. 이 노래는 바로 그 사람에게 가는 작은 엽서 같아요. 지금의 나를 살게 만든 고마운 오후.
[53:26] 너와 처음 손을 잡던 그 날
사랑에서 ‘처음 손잡은 날’을 기억한다는 건 디테일에 강한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이 곡은 감정의 아주 얇은 떨림을 잡아내는 노래입니다. 손바닥에서 느껴졌던 체온, 긴장 때문에 더 빨라진 심장 박동, 말투가 갑자기 서툴어졌던 순간까지 그대로 보관해 둔 듯한 가사로 채워져 있어요.
멜로디 라인은 슬프지 않은데 왜인지 듣다 보면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그때는 몰랐던 행복’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 곡은 현재형보다는 과거형의 따뜻함이 강합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시간이 지나면, 사진보다 감각이 먼저 사라져요. 손의 온도, 발걸음의 속도. 이 노래는 그 감각을 잠깐 되살려줍니다. 그래서 듣는 동안은, 그 사람 여전히 곁에 있는 것 같아요.
[56:41] 아파도 좋아
‘아파도 좋아’는 제목부터 이미 위험 신호입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건강하지 않은 문장인데, 연애 초반엔 누구나 이런 마음을 한 번쯤 통과합니다. “그래도 너면 돼.” 이건 독하고 치명적인 사랑의 언어죠.
곡 자체는 발라드 구조지만, 단순한 이별 발라드랑은 결이 달라요. 떠나간 사람을 붙잡는 게 아니라, 아직 떠나지 않은 사랑을 미리 붙잡고 있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이 관계가 나를 좀 상하게 해도, 난 아직 널 선택하고 있어”라는 고백처럼.
샤랄라의 한마디 ─ 이건 위험하지만 너무 인간적인 문장이라서, 쉽게 욕할 수도 없어요. 다만 한 가지: 이 노래를 듣고 고개가 끄덕여진다면, 지금 당신은 사랑보다 자기 자신을 조금 더 챙겨도 되는 순간일 수 있어요.
[01:00:10] 오늘 이후로
‘오늘 이후로’는 관계의 경계선에 서 있는 노래예요. 지금까지는 친구 같았고 가볍게 웃을 수 있었지만, 오늘 이후로는 다르게 보게 될 거라는 선언. 그렇다고 크게 터지는 고백은 아니고, 아주 낮은 목소리로 “나 사실 너 좋아해”라고 털어놓는 순간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가사도 속삭이듯 흐르고, 보컬도 너무 깔끔하게 부르지 않습니다. 약간 떨리는 숨소리까지 그대로 담겨 있는 게 포인트.
편곡은 미니멀합니다. 그래서 작은 숨, 작은 웃음, 작은 망설임까지 다 들립니다. 솔직함이 노래의 악기 역할을 해요.
샤랄라의 한마디 ─ 이 곡은 사실 사랑 노래가 아니라 ‘관계 업데이트 선언문’이에요. “우리 이제 예전처럼은 못 지내.” 이 한마디가 두 사람 사이의 공기를 완전히 바꿔버리죠.
[01:03:00] 잠 못드는 방
새벽 2시~3시의 공기를 정말 잘 잡아낸 곡. 좁은 방, 꺼지지 않는 스탠드 조명, 휴대폰 화면 빛, 창밖으로 지나가는 차 소리. 사랑 노래이긴 한데, 사실상 불면증에 가까운 정서입니다. 이 노래는 ‘보고 싶다’보다 ‘도와줘’에 가까운 마음을 담고 있어요. 감정이 너무 커서 잠이 안 오는 그 시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얼굴. 그 시간을 가사로 옮겨둔 느낌이라 굉장히 솔직합니다.
사운드는 아주 로우파이하게 깔아서, 마치 카세트 레코더로 혼자 데모를 찍은 것 같은 질감이 납니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꾸며지지 않은 마음 그대로 들려요.
샤랄라의 한마디 ─ 누구나 자기만의 새벽이 있잖아요. 이 곡은 “나만 이런 거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해주는 새벽 친구 같은 노래예요. 불 꺼진 방에서 혼자 듣기 딱 좋습니다. 이어폰 추천.
[청첩장] 마지막 트랙
마지막 곡 ‘청첩장’은 이 플레이리스트의 감정적 엔딩 크레딧입니다. 앞의 곡들이 사랑의 순간들을 하나씩 모아온 기록이라면, 이 곡은 그 기록의 결말을 조용히 선언합니다. 흥미로운 건, 이 곡이 기쁨 100%의 결혼 노래처럼만 들리지는 않는다는 점이에요. 어딘가에는 조금 쓸쓸함이 섞여 있어요. 마치 “우리는 우리 몫의 어른이 되는구나” 하고 인정하는 듯한, 묘하게 어른스러운 뒷맛.
피아노가 중심이지만 너무 달콤하게만 흐르지 않고, 잔잔한 스트링이 뒤에서 천천히 감정을 들어 올려줍니다. 단순한 축복이 아니라, 여기까지 함께 버틴 시간 전체를 껴안는 느낌. 그래서 울컥하게 돼요.
샤랄라의 한마디 ─ ‘청첩장’은 “우리 결혼해요”가 아니라 “여기까지 같이 걸어와 줘서 고마워”에 더 가까운 말 같아요. 약속 그 자체보다, 여기까지의 길. 그래서 이 곡은 사랑의 결과물이자, 동시에 두 사람만 아는 역사예요.
샤랄라의 마지막 한마디
이 플레이리스트는 화려한 사랑 영화가 아니에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사랑의 ‘사건’보다 사랑의 ‘기록’을 다루고 있어요. 편지, 길, 오후, 손을 잡던 날, 잠 못 들던 밤, 그리고 결국 한 장의 청첩장까지. 우리가 결국 기억하게 되는 건 거대한 순간이 아니라, 사소한 디테일들이에요. 그 디테일들이 쌓여서 “우리의 시간”이라는 이름이 되죠.
맘 놓고 그리워해도 괜찮아요. 그게 당신이 사랑을 진심으로 했다는 증거니까요.
글쓴이: 샤랄라
음악과 감정의 교차점에서 이야기하는 일상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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