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공기가 살짝 차가워지고, 창문을 열면 어느새 낙엽 냄새가 스며드는 계절. 괜히 마음이 서늘해졌다가도, 이상하게 포근해지는 게 바로 가을의 마법이죠. 오늘은 그런 가을의 공기를 그대로 담아낸 12곡을 모아 “가을냄새 물씬나는 플레이리스트”로 정리해봤어요.
아래 곡들은 단순 배경음이 아니라, 이 계절을 조금 더 천천히 느끼게 해주는 작은 이야기들에 가깝습니다. 커피 한 잔, 산책, 야근 후 버스 창가, 혼자만의 저녁… 어떤 순간에 들어도 잘 어울리도록 분위기를 나눠봤어요.
🎧 오늘의 가을 플레이리스트 리스트
- 아이유 - 가을아침
- AKMU(악뮤) - 달
- 태연 - 11 : 11
- 규현 - 광화문에서
- 넬 - 기억을 걷는 시간
- 헤이즈 -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 화사 - 가을속에서
- 잔나비 - 가을밤에 든 생각
- 다비치 - 나의 오랜 연인에게
- JIDA - Autumn Breeze
- 혁오 - TOMBOY
- 종현 - Lonely (feat. 태연)
1. 아이유 - 가을아침
가을 플레이리스트의 시작은 역시 아침 공기입니다. 조용한 기타와 담백한 목소리,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이 그대로 곡으로 옮겨진 느낌이죠. 어릴 적 학교 가기 전, 서늘한 복도와 도시락 냄새가 섞여 있던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예요.
하루를 빠르게 시작하기보다, 잠깐 멈춰 숨을 고르게 해주는 곡이기도 합니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혹은 주말 늦잠 후 늘어지게 누워 있을 때 틀어 두면 “아, 오늘 가을이네”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알람 대신 이 곡으로 아침을 여는 날은, 이상하게도 하루가 조금 더 다정해져요. 급한 일은 잠깐 미뤄두고, 이 노래 한 곡만큼은 천천히 들으면서 시작해 보세요.
2. AKMU(악뮤) - 달
해가 완전히 기울어 버린 저녁, 가을 하늘의 달은 유난히 또렷합니다. 악뮤의 ‘달’은 그런 밤하늘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예요. 잔잔하지만 묵직한 기타와 멜로디 속에서, 말로 다 꺼내지 못한 마음들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달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집니다. 그냥 떠 있는 천체가 아니라, 내 하루를 살짝 위에서 내려다보며 조용히 안아주는 존재처럼 느껴진달까요. 이어폰 볼륨을 살짝만 줄이고, 주변 소음을 그대로 둔 채로 듣는 것을 추천해요.
샤랄라의 한마디 : 오늘 하루 마음이 유난히 붕 떠 있었다면, 달에게 살짝 기대듯 이 곡을 들어보세요. 위로라는 단어보다 더 조용하고, 그래서 더 진한 위로가 숨어 있습니다.
3. 태연 - 11 : 11
시계가 11시 11분을 가리키는 순간, 괜히 소원을 빌어야 할 것 같은 느낌. 태연의 ‘11 : 11’은 바로 그 짧은 순간을 가득 채운 가을의 발라드입니다. 기타 스트로크와 차분한 보컬이 어우러져, 들을수록 마음속 시간도 천천히 흘러가는 것 같아요.
늦가을의 공기처럼 차갑지만,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은 감정선이 이 노래 안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지나간 계절, 놓쳐버린 말들, 끝났지만 쉽게 끝나지 않는 마음을 안고 있는 사람에게 특히 잘 어울리죠.
샤랄라의 한마디 : 11시 11분을 꼬박 기다려 이 곡을 재생해 본 적이 있다면, 이미 이 노래에 마음을 내어준 거예요. 오늘도 그 시간이 올 때, 잠깐 핸드폰 화면을 밝히고 이 곡을 재생해보세요. 소원은 말로 하지 않아도, 노래가 대신 들어줄지 몰라요.
4. 규현 - 광화문에서
가을이 되면 서울의 몇몇 장소는 그 자체로 배경음악이 필요해집니다. 그중에서도 광화문이라는 공간과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 바로 규현의 이 노래죠. 서늘한 바람, 노랗게 물든 가로수, 그 사이를 홀로 걷는 사람의 뒷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집니다.
이 곡은 화려한 장식 없이도 감정을 깊게 밀어 넣는 힘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곁에 있었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고, 그 기억을 천천히 쓰다듬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요. 특히 퇴근길 버스 안, 창 밖으로 불빛이 흐를 때 들으면 더 울림이 큽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언젠가 혼자 광화문을 걸을 일이 있다면, 꼭 이 노래를 재생해보세요. 같은 거리를 걷더라도, 이 곡과 함께라면 그날의 풍경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거예요.
5. 넬 - 기억을 걷는 시간
가을은 유난히 기억을 자극하는 계절입니다. 넬의 ‘기억을 걷는 시간’은 제목 그대로, 머릿속에 쌓여 있던 오래된 장면들을 천천히 산책하듯 돌아보게 하는 곡이에요. 특유의 공기감 있는 밴드 사운드와 보컬이, 마음 깊숙한 곳을 살짝 건드리고 지나갑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이미 지나가버린 계절과 사람, 말을 잃어버린 감정들이 한꺼번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감정이 꼭 슬프지만은 않은 게, 추억이라는 건 결국 조금의 아픔과 많은 온기가 섞여 있기 때문이겠죠.
샤랄라의 한마디 :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들도, 사실은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에요. 오늘은 그 기억들과 잠깐 산책을 나간다고 생각하고, 이 곡을 한 번 끝까지 들어보세요.
6. 헤이즈 - 떨어지는 낙엽까지도
가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 바로 낙엽이 떨어지는 순간이죠. 헤이즈의 이 곡은 떨어지는 낙엽, 멀어져 가는 새, 뒷모습 같은 이미지들을 한 편의 영화처럼 이어 붙여 우리 마음속 이별의 계절을 그려냅니다.
감성적인 보컬과 서정적인 멜로디가 어우러져, 헤드폰을 끼고 눈을 감는 순간 작은 영화관이 열리는 기분이 들어요. 이별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가사 한 줄 한 줄이 그냥 스쳐 지나가지 않을 거예요.
샤랄라의 한마디 : 이 곡은 일부러 기분 좋게 들으려고 선택하는 노래라기보다는, 이미 마음이 조금 젖어 있을 때 살며시 찾아가 눌러보게 되는 곡이에요. 오늘이 그런 날이라면, 그냥 숨기지 말고 이 노래와 함께 한 번쯤 마음껏 젖어 있어도 괜찮아요.
7. 화사 - 가을속에서
가을이 꼭 쓸쓸하기만 한 계절은 아니죠. 화사의 ‘가을속에서’는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여전히 따뜻한 손길과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곡입니다. 도시의 밤거리, 노란 가로등 아래를 팔짱 끼고 걸어가는 연인의 뒷모습이 자연스럽게 떠올라요.
도심 속 가을을 담백하지만 세련되게 풀어낸 곡이라, 혼자 들어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들어도 잘 어울립니다. 답답한 하루 끝, 집으로 가는 길에 재생하면 마음이 부드럽게 풀리는 느낌이 들어요.
샤랄라의 한마디 : 혼자가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은 누군가와 나란히 걷고 싶은 날이 있죠. 그 마음을 굳이 숨기지 말고, 이 노래와 함께 가을밤 거리를 한 번 걸어보세요.
8. 잔나비 - 가을밤에 든 생각
잔나비 특유의 빈티지한 감성과 스토리텔링이, 가을밤이라는 배경을 만나면 더 빛을 발합니다. ‘가을밤에 든 생각’은 제목처럼, 어느 조용한 밤 잠들기 전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생각들을 노래로 옮겨놓은 듯한 곡이에요.
따뜻하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멜로디, 살짝 허스키한 보컬이 어우러져 ‘그때 그 밤’을 떠올리게 합니다. 방 불을 끄고, 작은 스탠드 조명 하나만 켜 둔 채 침대에서 뒤척이면서 듣기 좋은 노래죠.
샤랄라의 한마디 : 잠이 쉽게 오지 않는 가을밤, 억지로 눈을 감고 뒤척이기보다 이 곡을 틀어 두고, 오늘 하루 동안 들었던 생각들을 천천히 흘려보내 보세요. 음악이 끝날 무렵이면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져 있을지 몰라요.
9. 다비치 - 나의 오랜 연인에게
가을은 오래된 관계를 돌아보게 만드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다비치의 ‘나의 오랜 연인에게’는 설렘보다 함께 걸어온 시간의 무게를 담담하게 그려내는 곡이에요. 목소리만으로도 따뜻함과 단단함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는 듀오의 매력이 잘 드러납니다.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꼭 연인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오래 함께해 준 친구, 가족, 내 곁을 지켜준 누군가를 떠올리게 되고, 그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지죠.
샤랄라의 한마디 : 문자를 길게 쓰기 어렵다면, 이 노래 링크 하나와 짧은 인사만 보내도 충분할 때가 있어요. “생각났어, 고마워”라는 말 대신, 이 곡이 당신의 마음을 대신 전해줄지도 모릅니다.
10. JIDA - Autumn Breeze
한국 가요들 사이에서 살짝 다른 온도의 공기를 불어 넣어주는 곡, 바로 JIDA의 ‘Autumn Breeze’입니다. 제목 그대로 가을바람이 살랑이는 듯한 사운드와, 몽환적인 분위기가 인상적인 트랙이에요.
가사를 집중해서 듣기보다는, 전체적인 사운드를 배경처럼 깔아놓고 그 위에 내 생각을 얹어 두기 좋은 노래입니다. 카페에서 작업을 하거나, 글을 쓰고 정리할 때 틀어 두면 가을 감성이 살짝 더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바람이 부는 날, 이어폰을 끼고 이 곡을 들으며 골목을 걷다 보면 평소 자주 지나치던 풍경들도 새롭게 보일 거예요. 가을바람과 가장 잘 어울리는, 조용한 감성 한 스푼 같은 곡입니다.
▶ JIDA - Autumn Breeze 유튜브 바로가기
11. 혁오 - TOMBOY
가을이라고 해서 꼭 차분하고 느린 곡만 들어야 하는 건 아니죠. 혁오의 ‘TOMBOY’는 특유의 밴드 사운드와 감성적인 가사가 어우러져, 쓸쓸함과 젊음이 동시에 느껴지는 독특한 가을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조금은 복잡한 감정들,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허무함 같은 것들을 시원하게 털어내고 싶을 때 볼륨을 살짝 올려 두고 들으면 좋습니다. 밤공기를 가르며 걷는 느낌, 혹은 혼자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는 기분을 잘 담아주는 곡이에요.
샤랄라의 한마디 : 어른과 아이 사이, 그 어딘가에 서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죠. 그 애매한 지점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노래 중 하나가 바로 이 곡이라고 생각해요. 오늘 유난히 ‘나만 어른이 된 기분’이라면, TOMBOY와 함께 걸어봐요.
12. 종현 - Lonely (feat. 태연)
가을의 끝자락에는, 말로 다 꺼내기 힘든 고요한 외로움이 찾아옵니다. 종현의 ‘Lonely’는 그 외로움을 아주 섬세하게 건드리는 곡이에요. 지나치게 몰입하면 조금 벅찰 정도로 진솔한 감정이 담겨 있지만, 그렇기에 더 많은 위로를 건네기도 합니다.
차분한 피아노와 보컬이 서로를 조용히 감싸 안는 느낌이라, 불을 낮게 줄인 방 안에서 혼자 듣기 좋습니다. 누가 내 마음을 아주 자세히 이해해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되는 곡이기도 하죠.
샤랄라의 한마디 : “괜찮다”라는 말보다, “외로운 거 알아”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이 곡은 바로 그런 날에 어울리는 노래예요. 울고 싶다면 울어도 괜찮고, 그저 조용히 듣기만 해도 괜찮아요. 가을의 끝에서, 나 자신을 가장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는 곡일지도 모릅니다.
▶ 종현 - Lonely (feat. 태연) 유튜브 바로가기
🍂 샤랄라의 마무리 한마디
가을은 원래 조금 복잡한 계절인 것 같아요. 괜히 센치해졌다가도, 또 아무 일 없다는 듯 잘 웃게 되고, 잊은 줄 알았던 사람과 순간들이 문득문득 떠오르니까요.
오늘 소개한 “가을냄새 물씬나는 플레이리스트” 12곡이 그런 복잡한 가을 마음을 조금은 정리해 주는 배경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곡마다 자신의 기억과 순간을 얹어 들으며 나만의 가을을 만들어 보세요.
글쓴이: 샤랄라
음악과 감정의 교차점에서 이야기하는 일상 음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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