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 이름처럼, 걷는 음악이 주는 행복은 언제나 특별해요. 목적도 없이 동네를 한 바퀴 돌거나, 집 앞을 천천히 산책할 때 귀에 꽂힌 노래 한 곡이 발걸음의 리듬을 만들어 주고, 어느 순간엔 조용한 산책 플레이리스트가 오래된 생각들을 꺼내 주기도 하죠. 오늘은 “듣기만 해도 발걸음이 가벼워지거나, 잔잔하게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곡들”만 모아서 샤랄라만의 걷기 좋은 노래 10곡을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이 리스트는 “한 번 돌아볼까?” 하며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제 정말 집 앞이구나” 하고 발걸음을 늦추는 순간까지 천천히 이어서 들어도 좋도록 흐름을 생각하며 골랐어요. 각 곡마다 샤랄라의 한마디도 덧붙였으니, 오늘의 기분과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골라 산책길에 살짝 얹어 보세요.
1. 런치(LUNCH) - Tokyo Love
첫 곡은 도시의 공기를 닮은 런치의 <Tokyo Love>입니다. 리듬은 세련되고 가볍지만, 선명한 멜로디와 랩이 어우러져 혼자 걷는 골목길도 마치 누군가와 함께 걷는 것처럼 느껴지게 해주죠. 살짝 들뜨지만 과하지 않은 설렘, 퇴근 후 밤 산책의 스타트로 딱 좋은 곡이에요.
버벌진트의 랩이 더해지면서 곡 전체가 한 편의 짧은 영화처럼 흘러가는데, 도쿄라는 도시 이름이 주는 이국적인 느낌 덕분에 익숙한 우리 동네도 잠시 다른 도시처럼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현실은 집 앞 골목인데, 마음만큼은 네온사인 가득한 해외 여행지에 온 것 같은 기분. 오늘 하루를 조금은 다르게 마무리하고 싶을 때, 이 곡으로 산책의 첫 장면을 열어 보세요.”
2. 주시크(Joosiq) - 너를 생각해
두 번째 곡은 한 번 들으면 멜로디가 떠나지 않는 주시크의 <너를 생각해>입니다. 담백한 목소리에 리드미컬한 비트가 포개지면서, 마음 한켠이 조용히 간질간질해지는 느낌을 만들어 주죠. 가사도 어렵지 않아 걷다 보면 어느새 따라 부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이어폰을 꽂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순간, 노을이 지는 하늘과 도로 위 차들의 불빛이 이 노래와 딱 맞춰질 때가 있어요. 그때 문득 “아, 이 사람을 정말 많이 좋아했었구나” 같은, 잊고 있던 감정이 슬며시 떠오르곤 합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연락은 끊겼지만 마음속 폴더에는 여전히 남아 있는 그 사람. 이름까지 꺼내지는 못하더라도, 잠깐쯤은 떠올려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노래 같아요.”
3. RIIZE(라이즈) - Bag Bad Back
세 번째는 분위기를 확 바꿔서, 걷다 보면 저절로 어깨가 들썩이게 되는 <Bag Bad Back>입니다. 라이즈 특유의 에너지와 중독성 있는 후렴이 산책을 그냥 “운동”이 아니라 작은 퍼포먼스처럼 느끼게 해 주죠. 헤드폰을 끼고 박자에 맞춰 보도블록을 밟다 보면 오늘의 스트레스가 여러 발자국 뒤로 밀려나는 기분이 듭니다.
특히 살짝 빠른 템포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걷게 되는데, 그 리듬이 마치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고 말해 주는 것 같아요. 지친 하루를 털어내고 싶을 때, 파워워킹 구간에서 재생해 보세요.
샤랄라의 한마디 :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말고, 일단 한 블록만 더 걸어보자고 등을 밀어주는 곡. 산책이 아니라 즉흥 댄스 연습을 나선 것 같은 기분이 필요할 때 추천해요.”
4. 잔나비 -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제목만 들어도 이미 마음이 젖어드는 잔나비의 명곡,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이 곡은 빠르게 걷는 산책이라기보다는, 조금은 느리고 길게 이어지는 생각과 함께 걷고 싶은 밤에 잘 어울립니다.
기타와 보컬이 만들어내는 서늘한 온도 속에서 지난 여름의 기억, 이미 끝났지만 여전히 마음에 남은 사람들, 그리고 어쩐지 조금은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의 나까지… 여러 장면이 한꺼번에 떠오르게 되는 곡이죠.
샤랄라의 한마디 : “볼품없다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그 모든 시간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깨닫게 해 주는 노래. 오늘만큼은 일부러 천천히, 일부러 한 블록 더 돌아서 걸어보세요.”
▶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유튜브 바로가기
5. 카더가든 - 명동콜링
도시의 밤, 특히 번화가 주변을 걷고 있다면 카더가든의 <명동콜링>을 꼭 한 번 들어보세요. 묵직하면서도 섬세한 보컬이, 네온사인으로 가득한 거리와 마음 한가운데의 공허함을 동시에 비춰주는 느낌을 줍니다.
익숙한 거리인데도 그 속에서 문득 외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있죠. 사람은 많은데, 정작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없는 것 같은 기분. 그 낯선 외로움을 이 곡이 살짝 감싸 안아 주는 것 같습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까 말까, 폰 화면만 들여다보며 걷던 밤이 있다면 그때의 내가 떠오를지도 몰라요. 그래도 결국 혼자 걸어 나왔다는 사실이, 꽤 용감한 선택이었다는 걸 잊지 마세요.”
6. 스무살 - 걷자, 집앞이야 (feat. 주예인)
제목부터 산책을 부르는 노래, 스무살의 <걷자, 집앞이야>. 이 곡은 멀리 나갈 필요도 없이, 그냥 집 앞 편의점까지 슬리퍼 끌고 나가듯 가벼운 걸음을 떠올리게 해요. 누군가와 손을 잡고 걸어도 좋고, 혼자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런 밤을 닮았습니다.
주예인의 보컬이 더해지면서 노래 전체가 포근해지는데, “오늘은 그냥 우리 아무것도 하지 말고 걷기만 하자”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큰 고민 없이, 그냥 숨 쉬듯 걷고 싶을 때 꼭 꺼내 듣게 되는 곡입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멀리 여행 떠나지 않아도 괜찮아요. 집 앞 몇 분짜리 산책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는 걸 가장 따뜻하게 증명해 주는 노래 같아요.”
7. 어반자카파 - Like a Bird
어반자카파의 <Like a Bird>는 “어디까지 걸어볼까?” 하는 가벼운 호기심에 날개를 달아주는 곡입니다. 살랑이는 리듬과 조화로운 하모니 덕분에 조금 낯선 길로 방향을 틀어도 괜히 든든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가사 속 “그저 발걸음이 닿는 대로”라는 느낌이 오늘의 산책에 그대로 스며들어, 계획하지 않은 골목과 새로운 카페, 처음 보는 공원 입구를 만나게 만들어 줍니다. 그 순간, 우리는 비행기 대신 발걸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셈이겠죠.
샤랄라의 한마디 :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머리가 복잡할 때, 이 곡을 들으며 목적지 없이 걸어보세요. 어느 순간 마음속에 조용히 올라오는 ‘나만의 답’을 발견하게 될지도 몰라요.”
8. 윤종신 - 동네 한 바퀴
제목만으로도 오늘 플레이리스트의 정서를 관통하는 곡, 윤종신의 <동네 한 바퀴>입니다. 익숙한 골목과 가게, 오래된 계단과 전철역까지 우리가 매일 지나치던 풍경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노래죠.
계절의 냄새, 오래된 추억, 스쳐 지나간 인연들…. 이 곡을 들으며 동네를 천천히 한 바퀴 돌다 보면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나의 이야기가 쌓여 온 공간이구나” 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샤랄라의 한마디 : “멀리 떠나지 않아도, 우리에게는 이미 수많은 기억이 남아 있는 동네가 있어요. 오늘이 조금 힘들었다면, 이 노래와 함께 동네 한 바퀴만 걸어도 마음이 꽤 많이 정리될 거예요.”
9. 권진아 - 운이 좋았지
걷다 보면 문득 “그래도 나는 꽤 운이 좋은 사람인지도 몰라”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권진아의 <운이 좋았지>는 아픈 이별을 지나온 사람에게 보내는, 조용하지만 단단한 위로처럼 들립니다.
담담한 목소리와 섬세한 가사가 어우러져 내 마음속 깊은 곳에 눌러두었던 감정을 하나씩 꺼내어 다독여 줍니다. 이 곡을 들으며 걷다 보면, 예전에는 눈물로만 기억되던 장면들이 “그래도 그때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구나” 하는 깨달음으로 바뀌기도 해요.
샤랄라의 한마디 : “우리가 만난 것도, 이별한 것도, 결국은 ‘운이 좋았던 일’이라고 말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그까지 걸어가는 길이 조금 멀더라도, 이 노래가 옆에서 함께 걸어줄 거예요.”
10. 새소년 - 긴 꿈
마지막 곡은 새소년의 <긴 꿈>. 제목처럼 마치 아주 길고 진한 꿈을 꾸고 난 뒤, 새벽녘에 혼자 거리를 걷는 기분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곡입니다. 독특한 기타 사운드와 보컬의 분위기가, 산책길을 한 편의 영화 엔딩처럼 만들어줘요.
특히 집에 거의 다 도착했을 무렵,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진 골목을 이 노래와 함께 걸으면 오늘 하루가 길었던 꿈처럼 멀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내일도 다시 잘 살아낼 수 있을 것 같은 작은 용기가 남죠.
샤랄라의 한마디 : “오늘 하루가 너무 무거웠다면, 이 곡을 엔딩 크레딧처럼 걸어 보세요. 긴 꿈에서 깨어나듯, 마음이 한 번 환기되고 나면 또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가 조금은 쉬워집니다.”
샤랄라의 걷는 음악, 오늘의 한 바퀴
이렇게 해서 “걷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샤랄라의 걷는 음악 플레이리스트 10곡을 함께 둘러봤어요. 꼭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들을 필요는 없어요. 오늘의 기분이 가벼운지, 조금 무거운지, 아니면 그냥 멍하니 걷고 싶은지에 따라 마음이 끌리는 곡부터 눌러 보셔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음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 밖으로 한 발짝 더 나가 보게 된다는 사실이에요. 내일도, 모레도, 여러분의 발걸음 옆에서 조용히 재생 버튼을 눌러 줄 샤랄라의 걷는 음악이 되었으면 합니다.
글쓴이: 샤랄라
음악과 감정의 교차점에서 이야기하는 일상 음악 칼럼니스트
※ 본 포스팅은 공식 유튜브 음원 링크를 기준으로 감상 안내를 드리며, 영상이 삭제되었을 경우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영상 바로가기'를 통해 편하게 감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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