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세트테이프의 적막, 라디오 DJ의 작고 따뜻한 목소리, 그리고 밤공기를 가르던 첫 전주. 90년대는 유행이 아니라 감정의 시대였어요. 그때 우리를 흔들던 명곡들을, 지금 들어도 반짝이는 순간과 함께 다시 불러왔습니다. 아래 곡들은 “지금 들어도 좋은 이유”에 집중해 선별했고, 각 트랙에는 샤랄라의 한마디를 덧붙였어요. 여유 있게 스크롤을 내리며, 당신의 90s를 다시 재생해 보세요.
1) Brit & Rock의 황금기
Oasis – Wonderwall (1995)
단순한 코드와 나직한 목소리, 그리고 합창이 되는 후렴. ‘누군가의 벽’이었던 우리에게 건네는 다정한 통로 같은 노래죠. 오늘도 기타 한 대만 있으면 금세 1995년으로 순간이동합니다.
Radiohead – Creep (1992)
감정의 가장 거친 모서리를 노래로 꺼내놓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준 곡. 거부할 수 없는 기타 폭발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듣게 되는 취약함의 미학.
Nirvana – Smells Like Teen Spirit (1991)
첫 드럼 필인만으로 공기를 바꿔버리는 카리스마. 세련됨보다 날것의 진심이 더 큰 에너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죠.
Blur – Song 2 (1997)
2분 남짓의 압축된 쾌감. 지하철에서 한 정거장만 달려도 어제의 피곤이 씻기는, 에너지 샷 같은 트랙.
2) 팝 보컬, 감정의 정점
Mariah Carey – Hero (1993)
거대한 성량보다 마음을 곧게 세워주는 가사. 명절 기차역에서, 야근한 버스 정류장에서, 이 곡은 늘 우리에게 조용히 등을 떠밀었죠.
Celine Dion – Because You Loved Me (1996)
폭풍 같은 고음으로도, 속삭이듯 담담하게도 위로가 되는 목소리. 사랑은 때때로 ‘견디게 하는 기술’임을 일깨워줍니다.
Backstreet Boys – I Want It That Way (1999)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누구나 첫 소절을 따라하게 되는 마법. 추억도 멜로디처럼 쉽게 암기되곤 하죠.
Britney Spears – ...Baby One More Time (1998)
팝의 중독성과 안무, 패션까지 모두가 문화가 되던 전환점. 90s 말, 세대의 시작을 알린 벨 소리 같은 곡.
Spice Girls – Wannabe (1996)
친구들과의 합창, 과장된 제스처, 그리고 에너지. ‘우정’이라는 가장 가벼운 주제가 가장 멋있어지는 희귀한 경우.
3) 기타 한 번, 메시지 한 줄
The Cranberries – Zombie (1994)
올리도 오리어던의 목소리는 슬픔을 꿰뚫어 위로로 바꿉니다. ‘노래가 할 수 있는 일’의 경계가 얼마나 넓은지 깨닫게 해요.
Alanis Morissette – You Oughta Know (1995)
날카로운 가사와 직진 보컬. 솔직함이야말로 자존감의 첫 단추라는 걸 알게 해줍니다.
R.E.M. – Losing My Religion (1991)
만돌린 리프가 걸어 나오는 첫 순간부터 사소한 감정들도 충분히 서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4) 힙합 & R&B의 질주
2Pac – Changes (1998)
샘플링 위로 얹힌 서사는 시대를 넘어 유효합니다. 리듬에 맡겨 흥얼대다 보면, 자연스레 가사에 귀를 기울이게 되죠.
Dr. Dre feat. Snoop Dogg – Still D.R.E. (1999)
미니멀한 비트, 정교한 그루브. 한밤 드라이브에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의 박동’ 같은 트랙입니다.
TLC – No Scrubs (1999)
단호하지만 유쾌하고, 세련됐지만 말랑한 톤. 관계의 기준을 우리 편으로 가져오게 하는 노래.
5) 밤을 닦아주는 발라드
The Verve – Bitter Sweet Symphony (1997)
반복되는 멜로디가 오히려 마음을 비워줍니다. 하루의 끝에서 가볍게 고개를 뒤로 젖히게 만드는 관현악의 파도.
Whitney Houston – I Will Always Love You (1992)
속삭임으로 시작해 산처럼 솟아오르는 클라이맥스. 사랑의 고백이 품위와 절제를 만났을 때 생기는 기적.
마무리 — 90s를 다시 재생하는 법
우리는 종종 ‘그때 그 시절’을 미화한다고 말하지만, 사실 음악은 기억을 미화하려고 재생되는 게 아니에요. 당시의 나를 다시 만나는 가장 안전한 통로일 뿐. 오늘의 목록에서 한 곡만 골라 당신의 하루에 꽂아보세요. 출근길 3분, 퇴근길 7분, 밤 10분의 고요가 어쩌면 내일을 바꿀지도 몰라요.
그리고 댓글에 당신의 90s 레전드도 남겨 주세요. 다음 편에서는 여러분의 추천곡으로 플레이리스트를 이어볼게요. 🌙
글쓴이: 샤랄라
음악과 감정의 교차점에서 이야기하는 일상 음악 칼럼니스트
※ 본 포스팅은 공식 유튜브 음원 링크를 기준으로 감상 안내를 드리며, 영상이 삭제되었을 경우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영상 바로가기'를 통해 편하게 감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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