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눈시울 붉어지는 멜로디
창밖으로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서리가 내려앉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유독 '기억'의 힘이 강한 계절인 것 같아요. 두꺼운 코트 깃을 여미며 듣던 노래, 따뜻한 찻잔을 앞에 두고 흘러나오던 그 선율들이 우리를 순식간에 과거의 어느 소중한 지점으로 데려다주곤 하죠. 오늘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겨울 발라드 명곡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각 곡에 담긴 서사와 함께, 감성 큐레이터 '샤랄라'의 한마디를 곁들여 여러분의 겨울 밤을 따뜻하게 채워드릴게요.
01
이문세 - 옛사랑
이문세와 고(故) 이영훈 작곡가의 만남은 한국 팝 발라드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옛사랑'은 화려한 수식어 없이도 덤덤하게 내뱉는 보컬이 일품인 곡이죠.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라는 가사는 시간이 흘러 무뎌진 줄 알았던 이별의 아픔이 겨울밤 문득 되살아나는 과정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묘사합니다. 하얗게 눈이 내린 광화문 거리를 혼자 걷는 듯한 고독함과 따스함이 공존하는 명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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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김종서 - 겨울비
차가운 겨울비가 내리는 날, 김종서의 날카로우면서도 애절한 고음은 듣는 이의 심장을 파고듭니다. 락 발라드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이 곡은, 눈이 아닌 비가 내리는 겨울의 쓸쓸함을 극대화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이의 절규와도 같은 후렴구는 십수 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여전히 가슴이 저릿합니다. 비 오는 겨울 오후,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모든 일손을 멈추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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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장혜진 - 1994년 어느 늦은 밤
이 노래는 화려한 기교보다 진심 어린 목소리가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증명합니다. 녹음 당시 장혜진이 감정에 북받쳐 울먹이며 한 번에 녹음을 끝냈다는 일화는 유명하죠. 헤어짐을 앞둔 연인의 마지막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 듯한 가사는 한 구절 한 구절이 문학 작품 같습니다. "오늘 밤 그대에게 말하고 싶어, 너를 사랑해"라는 고백이 이토록 슬프게 들리는 건 아마도 이 사랑이 이제는 가질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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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서지원 - 내 눈물 모아 (Gather My Tears)
영원히 미소년으로 남은 가수 서지원의 대표곡입니다. 정재형이 작곡한 이 곡은 웅장한 스트링 사운드와 서지원의 맑고 슬픈 음색이 조화를 이룹니다. '하늘에서도 보고 있다면 나의 눈물을 모아 사랑으로 전해달라'는 가사는 그의 짧았던 생애와 겹쳐져 더욱 애틋하게 다가옵니다. 겨울밤, 별을 바라보며 듣기에 이보다 더 좋은 노래가 있을까요? 세대를 넘어 지금까지도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는 불후의 명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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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박미경 - 기억속의 먼 그대에게
댄스 가수로 유명한 박미경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느낄 수 있는 발라드입니다. 도입부의 절제된 감정부터 후반부의 파워풀한 고음까지,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시간이 흐른 뒤 '기억 속'에서 조용히 불러보는 성숙한 사랑의 감정이 담겨 있죠. 추운 겨울,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느껴지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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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터보 - 겨울 나그네
신나는 댄스 곡으로 무대를 장악했던 터보지만, 그들의 겨울 발라드는 독보적인 감성을 자랑합니다. 김종국의 미성과 겨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편곡은 90년대 겨울의 정취를 그대로 소환합니다. 눈 내리는 스키장이나 연말 거리에서 들려오던 이 노래는, 이제는 우리에게 찬란했던 청춘의 배경음악과도 같습니다. 슬프지만 따스한 멜로디가 매력적인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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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이현우 - 헤어진 다음날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을 샘플링한 도입부는 이 곡의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클래식한 우아함과 현대적인 발라드 감성이 절묘하게 만났죠. 이별 후 바로 다음 날,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을 살아가려 하지만 문득문득 밀려오는 공허함을 이현우 특유의 저음으로 잘 표현했습니다. 코트 깃을 세우고 도심을 걷는 도시적인 겨울 감성을 느끼고 싶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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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김범수 - 하루
'비주얼 가수' 이전에 '보컬의 신'으로 불리는 김범수의 초기 명작입니다.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마음을 애절하게 담아냈습니다. 김범수 특유의 완벽한 가창력은 슬픔의 깊이를 더해주며, 특히 후반부의 몰아치는 감정선은 듣는 이의 호흡까지 멎게 만듭니다. 겨울의 짧은 해가 저물어가는 노을녘에 들으면 그 감동이 배가 되는 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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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샵 -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
제목부터 겨울의 온기가 느껴지는 곡입니다. 래퍼와 보컬의 조화가 완벽하며, 이별을 말하면서도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가사가 인상적입니다. "울지마 이미 지난 일이야"라고 다독이는 듯한 랩과 서정적인 멜로디는 차가운 겨울 공기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줍니다. 연말에 카페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마시며 듣기에 최적화된 노래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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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포지션 - I LOVE YOU
오자키 유타카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이 곡은 임재욱의 부드럽고 호소력 짙은 음색으로 재탄생하며 엄청난 사랑을 받았습니다. 눈 내리는 배경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기억되는 이 노래는 '겨울 발라드'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상징적인 곡이기도 합니다. 사랑한다는 고백이 아프게 울려 퍼지는 겨울밤, 이 노래는 시대를 초월해 누군가의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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